독일에 살 때의 일이다. 자동차를 타고 숲길을 따라 나오는데 눈앞에 작은 무언가 날아다니는 게 느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괴물처럼 보이는 영들이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내가 그들을 감지하자 그 수가 점점 더 늘어나기에 위협을 느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잠시뒤 그들의 분노가 가라앉았고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사람의 형상을 한 요정이었다.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고 파괴하여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인간이 요정의 존재를 알아주고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때 영이 분노하면 그 모습이 변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영혼도 분노하면 무섭게 보인다. 우리는 이를 원혼 혹은 악령이라 부른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들 영혼을 그저 무섭고 나쁜 존재로 표현하지만 다 그러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억울한 자들도 많기에 불쌍히 여겨야 하는 것이 맞다. 그들도 원을 풀면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따라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겉이 암만 그럴듯해 보여도 속이 썩은 경우가 많고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속은 진주처럼 맑고 아름다운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봉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