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때의 일이다. 학교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니 아무도 없고 조용했다. 몸이 나른하여 침대에 누워 편안히 호흡에 집중하다가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깨었는데 집안에 비가 내리는 것이었다. 보석같이 빛나는 빛방울들이 방안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바라보다 거실로 나와보니 거실에도 빛방울들이 꽉 차 있었다. 사방팔방에 꽉 차 있는 방울들을 보면서 황홀한 기분에 휩싸이게 되었다.
어떻게 집안에 비가 내리지? 이런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자 빛방울들이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눈앞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건 비가 아니었다. 공기 중에 꽉 찬 신(神)이었다. 이러한 경험이 내가 살면서 겪어온 어려움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고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내가 서있는 이 공간도 내가 숨 쉬는 이 공기도 모두 살아있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팔을 벌리고 방안을 빙글빙글 돌면서 행복감을 온몸으로 느껴 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무도 나에게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건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때부터 그저 명언으로 혹은 철학적 논리로 받아들였던 관련 지식들이 하나둘씩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지식은 체험과 지혜가 바탕이 되어야만 그 속에서 옥과 석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하지 못하면 알아듣기 힘든 성현들의 말씀이 있다. 그 말인 즉, 그분들은 이미 깊은 영적 경지에 도달하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본인이 깨달음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남들보다 대단하다고 잘난척 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대자연의 근본 이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봉황



